매력적인 세 남자 <루디스텔로>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가장 소중했던 순간, 기억에 남는 사람, 아끼는 물건... 그들 기억에 남는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요?
1. 가장 기억에 남는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성훈 매번 곡 작업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공연도 좋고요. 그 중에서 개인앨범 작업할 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었습니다.
상진 2004년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의 숨은 고수로 발탁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헤드트립>이라는 일렉트로닉 밴드로 활동했을 당시 생소하던 유닛의 밴드였기 때문에 기대반 설레임반 이었어요. 지금처럼 페스티벌이 많던 시절이 아니라 쌈지 사운드 페스티벌은 국내에서 제일 돋보이던 페스티벌이었고 모든 밴드들이 참여하고 싶어하는 공연이었거든요. 또한 개인적으로 음악을 계속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응모했던 터라 한없이 기뻤던 순간이었던것 같아요. 그 연장선으로 현재 <루디스텔로>로 활동하며 행복한 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주연 제 드럼이 생겼을 때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였던 것 같습니다.
2. 가장 기억에 남는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성훈 2002년, 2012년... 10년마다 반복되고 있습니다. 2012년에는 새로운 밴드를 준비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고, 슬럼 프까지 왔었어요. 공연을 하지 않았던 시기였기 때문에 특히 힘들었던 기억이 있네요.
상진 20대 후반이었어요. 30대가 된다는 부담감과 당시 제가 하고 있던 일(음악)에 대한 불안함이 있었어요. 국내 음악 씬을 탓하기 전에 과연 내가 음악적인 소질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매일매일 되풀이 되었었고, 물론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도 아니었던 터라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과 꿈을 이루려 한다는 것이 책이나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은 아닐까하는 고뇌, 누군가 내 인생의 길에 대해서 길잡이가 되어 결정을 대신해주기도 만무하고, 모든 순간순간에서 저의 선택이 중요한 시기였기에 방황과 불안감이 가장 컸던 시기였던것 같네요.
3. 가장 기억에 남는 개인적인 사건은 무엇인가요?
성훈 사건이라고 말할만한 것이 딱히 떠오르지 않아요. 아버지께서 엄하셨기때문에 19살 생애 첫 기타를 구입하고도 집 에 갖고 들어가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학 동아리에서 같은 기수의 기타치는 친구가 동아리방 열쇠와 편지를 제 기타 케이스에 넣어 뒀었죠. 산업체에서 병역특례를 받기 위해 잠시 일을 했었는데 사장님이 제 현역 티오를 다른 곳에 이용하려 했던 적이 있었죠. 그러다 회사가 문을 닫는 상황까지 갔었는데요.. 나름 사건이라면 사건인 것들입니다.
상진 음악일을 잠시 관두고 회사에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수원에 거주하면서 서울 강남으로 매일 광역버스를 타고 출퇴 근을 했었는데요, 하루는 아침에 출근하는데 귀한 아들 고생한다며 어머니가 챙겨주신 요쿠르트 한병이 제 이성을 송두리째 무너트릴뻔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휴게소가 없는 1시간거리의 고속도로에서 톨게이트 진입과 동시에 배의 통증..... 결국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굉장히~ 굉~장히 힘들었던 순간이었기 때문에 2번질문에 대한 답 일수도 있겠네요. 아무튼 요쿠르트! 그 조그만 녀석의 무서움을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어요.
주연 20살 첫 밴드의 시작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4. 가장 기억에 남는 데이트는 언제인가요?
성훈 첫 여자친구와 설악산에 갔었던 적이 있었어요. 겁도 없이 운동화를 신고 산에 올라갔다가 무릎쪽에 문제가 생겼었 는데 알고보니 인대가 늘어난 것이었어요. 너무 아파서 한걸음을 떼기조차 힘들었지만 날 버리고 먼저 올라가는 친구를 씩씩대며 오기로 따라갔었죠. 결국 대청봉까지 오르는데 성공을 했었어요. 하지만 내려올 때에도 먼저 내려가 버리는 그 친구를 따라가느라 너무 아프고 힘들었습니다.
상진 울진과 삼척의 해안도로를 달려 강원도 평창의 산골로 들어갔을 때..(지금 평창 동계 올릭픽때문에 벌목을 하고 있 는 가리왕산 자락) 산세가 깊어 해가 일찍 넘어가 겨우겨우 숙소를 잡아 짐을 풀고, 너무 배가 고파서 주인 할아버지, 할머니, 마을 사람들 몰래 처마 밑에서 삼겹살을 구워먹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조용한 곳이라 지글지글 고기 구워지는 소리에도 간이 콩알만해지며 조용조용 먹었지만 결국 냄새 때문에 동네 개들을 다 깨워버렸었죠.
5. 가장 기억에 남는 공연은 언제인가요?
성훈 2014년 펜타포트 락페스티발. 루디스텔로의 첫 대형 페스티벌 공연이었죠. 작은스테이지였지만 큰 의미가 있는 무 대 였기때문에 준비를 많이했었습니다. 하지만 공연 시작 바로 전에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했고, 저희는 결국 그 무대의 마지막 팀이 되었어요.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전날 설치해 두었던 천막이 뜯겨져 버려서 비를 막아줄 천장이 없었고 공연을 못 할수도 있는 상황까지 가버렸어요. 우여곡절 끝에 결국 공연을 강행하였죠. 당시 시간이 많이 늦춰진 공연을 기다려준 분들이 너무 고마웠어요. 얼굴을 빗방울로 젹시며 기타를 치고, 눈을 감으면 눈커플 밖으로 반짝이는 조명이 느껴지던 그 순간을 잊을수가 없어요. 다음 날 그 무대의 남은 공연들은 다른 스테이지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상진 2013년 12월 말, 친한 밴드인 <적적해서 그런지>, <헬리비젼>과 와인바에서 함께 기획한 공연이 있었는데 저희는 마지막팀 이었어요. 앞의 팀들은 상관이 없었지만 저희가 올라간 후 공연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민원이 들어와 경찰이 왔었는데요, 한참 기분에 취해 공연을 하던 저는 '경찰도 우리의 팬이구나~' 하고 그 분을 바라보며 계속 공연을 진행하였고, 잠시 후 전원이 내려가는 일이 생겨버렸고 공연은 중단 되었습니다. 보러오신 팬분들과 저희는 당황했지만 다행히도 마지막곡 이었기 때문에 한달 후 다른 공연장에서 다시 공연을 선보이겠다는 약속과 함께 좋게 좋게 마무리 되었어요. 하지만 한달 후 '롤링홀'에서 공연을 재개하였을 때에도 저희 공연 때 상가 주인분이 내려와 항의를 하는 일이 또 다시 발생하게 되었죠. --;
주연 4년전 쯤 호주로 갔던 공연이 기억에 남아요. 작은 클럽에서의 공연이 끝난 뒤, 한 외국인의 저에게 물었던 질문이 기억납니다. ^^
6. 가장 기억에 남는 팬은 누구인가요?
성훈 많은 팬분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가 이름까지 기억하는 분들, 아이디나 얼굴만 기억하는 분들까지.. 가끔 어떻 게 지내고 계실지 궁금해요. 전해듣는 소식으로는 결혼한 분도 있고, 유학가신 분도 있고, 일 때문에 지방으로 간 분도 있는듯 하더라고요. 최근에 보지 못한 팬들이 많지만 함께 지나간 추억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그 느낌은 마치 향수와도 같아요. 가끔, 혹은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상진 모든 분들이 다 소중하고 감사합니다. 작은 쪽지부터 아껴 먹던 초콜렛 하나까지도 나눠주시는 소소함이 너무 좋아 요. 한가지 이례적인 경험은 이전에는 지금보다 공연시 액션(action)이 더 액티브(active) 했었기 때문에 공연이 끝나고 한 팬분이 오셔서 몸이 남아나질 않을것 같다며 타이 마사지(thai massage)를 예약해주시고 가셨는데 이 글을 빌어 다시 한번 정말 감사함을 전하며, 그때 마사지 받고 몸 잘 풀렸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땡큐 쏘 머취~!
주연 20살때 하던 밴드의 팬분 !!
7.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무엇인가요?
성훈 가끔 혼자 동요를 흥얼대며 불러요. 가사까지 모두 기억 나는 곡들도 많죠. '아기염소', '화가'의 오묘한 느낌을 좋 아합니다. 최근에는 제목을 모르지만..'호롱호롱호롱 산새소리에...' 로 시작하는 동요를 즐겨 불러요.
상진 <Motley Crue>의 'Looks that kill' 친척형(늘 그렇듯이 동네형이나 친척형, 삼촌들이 문제..)의 영향으로 유로팝을 끼고 살던 초등학교 시절, 친구가 선물해 준 <Motley Crue>의 베스트 앨범 한장이 저의 인생을 바꾸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매일매일 빗자루로 에어기타를 하고 싶어서 일찍 귀가 했었어요. 그리고 하나 더! <The Prodigy>의 'Smack my bitch up'이라는 곡이 저에게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눈뜨게 해주었어요.
주연 중학교 3학년때의 첫 합주곡인 <Greenday>의 'Basket case' 이유는 저의 첫 합주곡이니까요.^^
8.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or책은 무엇인가요?
성훈 최근 '인터스텔라'를 보았는데 영화가 끝나고 쉽게 일어날 수 없었어요. 다큐멘터리나 SF를 좋아해서 엄청 재미있게 보았죠.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 '개미'.. 오래전에 나온 책들이지만 기억에 남아요.
상진 <아멜리 노통>의 '사라의 파괴', <쿠엔틴 타란티노>의 '펄프픽션'
주연 제목이 잘 기억나지 않지만 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사주신 책한권이 기억에 남아요..제목만 기억이 난다면 다시 사고 싶네요
9.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언제인가요?
성훈 2012년 '브루나이공화국' 앞으로 살면서 다시 갈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어떤 관점으로든 기억이 아주 강하게 남아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상진 현재를 가장 중요시하는 성격때문인지 몰라도 모든 여행이 제겐 다 소중합니다. 제가 국내에서 다녔던 모든 곳이 그래요. 굳이 하나를 꼽는 다면 별로 가고 싶어하지 않았던 미국을 여행한 것이었는데, 사막을 운전하면서 끝없이 달리던 기억, 캘리포니아의 태양과 하늘 색이 지금 제가 표현하려는 음악의 색감에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기억에 강렬하게 남습니다. 그리고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이곳! 태국 빠이(pai)!!!
주연 2년전쯤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 - 무작정 떠났던 여행이었지만 10년만에 함께했던 친구들과의 여행은 정말 기억에 남아요.
10.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은 무엇인가요?
Guitar&Synthesizer.안성훈
Synthesizer.박상진
Drum.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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