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케이스에 껴있는 앨범자켓 이미지! 예전에는 무심코 지나쳤다면, 요즘에는 아기자기한 이미지에서부터 나름의 철학이 담긴 앨범자켓 이미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과 디자인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확 끌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앨범자켓 이미지가 요즘에만 일어나는 일이냐? 천만의 말씀!! 아주 오랜 옛날부터 '하나의 작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앨범자켓은 꾸준히 있어왔다.
앨범자켓 이미지는 음악을 듣기 전, 그 앨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 그럴수록 앨범자켓은 시각적으로 매혹적이며 새로운 것을 찾는다. 이제 하나의 작품이 되어가고 있는 앨범자켓 이미지들! 그 중 몇 가지를 꼽아봤다.
영국의 펑크 록을 고급화한 밴드 중 하나인 ‘클래쉬(The Clash)’. '섹스 피스톨즈'와 라이벌로 비교되기도 했지만 그들만의 음악적 색채는 뚜렷했다. 펑크음악 속에 레게 리듬을 차용하여 펑크와 레게의 융합으로 불리는 '스카펑크'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음악 수준도 뛰어났고, 사회전반의 부조리나 인권 등의 수준 높은 비판도 그들의 음악에는 녹아 있었다. 오늘 볼 앨범커버는 그들이 지난 1979년 발매한 앨범 ‘런던 콜링(London Calling)’이다. 비록 1970년대에 발매되었지만, 롤링스톤지가 선정한 80년대 최고 명반에도 손꼽힐 만큼 대단한 앨범이다.
이 앨범커버는 다른 것 없이 사진 한 장으로 이루어져있다. 사진 속 주인공은 베이시스트 '폴 시모논'... 뉴욕 공연이 끝난 뒤 자신의 베이스 기타를 때려 부수는 장면이 우연히 사진으로 포착됐다. 원래 저런 행동을 하지 않아 그런지 갑작스럽게 찍느라 사진의 초점도 나갔다. 그래서 이 사진이 앨범커버에 사용될거라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이 앨범을 디자인한 '레이 로우리'는 "이것이야말로 궁극적인 로큰롤의 순간을 포착한거야!!!!"라며 앨범자켓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로큰롤 정신은 초점이 맞지 않은 사진... 이런 것일까? 조금 어렵다!ㅎㅎ
아무튼 본의 아니게 이 앨범커버 사진의 주인공이 된 '폴 시모논'은 자신이 찍히는 줄 몰랐다며, "자신이 좀 더 똑똑했다면 값이 덜 나가는 여분의 베이스를 부쉈을 것"이라고 후회의 말을 전했다고 한다. 그리고 사진의 주인공이지만 얼굴이 드러나지 않는 슬픔(?)에 "얼굴을 조금만 들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또 다른 후회를 했다고..ㅎㅎ 재미있는 비화다.
이 앨범자켓을 보고 "응?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라고 느꼈는가? 그렇다! 클래쉬의 '런던콜링' 앨범은 바로 엘비스 프레슬리의 첫 앨범 ‘엘비스 프레슬리(앨범 타이틀)’를 그대로 패러디 했기 때문이다. 옆에 놓고 보면 시리즈물로 착각할지도 모르겠다. 핑크와 그린, 비슷한 글꼴과 배치 등을 그대로 패러디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엘비스를 존경해서 패러디 했냐고? 절대 아니다. 이 앨범커버를 디자인한, 이름모를 그래픽 디자이너를 기린 것이라고 한다. 이런 에피소드들이 숨겨져 있었다니!
우리나라의 록그룹을 이야기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그룹, 넥스트(N.EX.T). 그들의 5.5집 앨범! 기존 멤버들이 뭉친 이 앨범의 커버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냄새가 나지 않는가? 퀸의 앨범을 딱 떠올린 사람이 많을 것이다. 수많은 뮤지션들이 패러디하고 있는 이 사진... 넥스트도 패러디했다!! 우리나라의 '퀸'이 되고자 한 넥스트! 물론, 퀸과 넥스트를 똑같은 위치에서 바라볼 수는 없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넥스트는 우리나라 록을 얘기할 때 레전드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넥스트의 앨범 중 기억에 남을만한 앨범자켓은 또 하나 있다. 바로 넥스트의 정규 1집 앨범, ‘Home’이다. 앨범자켓 전면에는 샤방샤방한 꽃길과 무지개 등 풍요롭고 아름다운... 이 세상 모든 형용사를 붙일 만큼, 따뜻한 그림이 자리잡고 있다. 그림만 본다면 ‘유영석’표 발라드가 들어있을 법한 이미지! 하지만 넥스트에게는 이게 있다! 뭐냐고? 바로 ‘반전’이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의 동화와는 대조적으로 앨범자켓 뒷 쪽으로는 삭막하고 날카로운 도시의 풍경이 자리하고 있다. 요런 것이 바로 반전이지!
더더욱 주목해 바라봐야 할 것은, 넥스트 정규 1집의 콘셉트!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들이 '가정', 그리고 '도시인들의 외로운 삶'을 그리고 있다. 가족에게 소외받는 아버지의 모습은 '아버지와 나 Part 1'을 통해 나레이션되고 있고, 가정 안에서도 외로울 수밖에 없는 도시인의 삶은 '도시인'을 통해 읊조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텔레비전 때문에 소통의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은 'Turn off the T.V'를 통해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가정, 가족'의 모습을 밀착해 그려낸 것이 넥스트의 1집 앨범이었다면 그 이후, 넥스트의 2집은 '존재와 생명', 넥스트 3집은 '세계와 사회비판'으로 시선을 점차 넓혀나가는 방식으로 일관되게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각 앨범에는 그에 맞는 내용으로 '낙태, 존재의 파괴, 생명의 탄생, 돈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비판' 등등... 기존의 사랑내용 중심의 노래와는 달리 철학적이고 사회비판적인 가사들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넥스트의 1~3집과 같은, 긴 맥락에서의 콘셉트를 기획해 내놓은 앨범은 앞으로도 쉽게 볼 수가 없을 것이다. 왜냐? 그 앨범 안에 있는 모든 노래들을 그 콘셉트에 맞게끔 만들어내야만 하니까! 쉽지 않을 걸?
말이 필요 없는 롤링스톤스(Rolling Stones)! 그들의 대표작 ‘스티키 핑거스(Sticky Fingers)’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다. 그들의 악동이미지에 딱 맞는 센세이셔널한 앨범커버! 물론 팝 아트의 제왕 '앤디 워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 유명한지도 모르겠다. 앤디 워홀의 작품은 ‘노골적인 섹슈얼리티의 묘사’로 악명이 높다고 한다. 한 마디로 민망~ 민망 그 자체라는 거~
이 앨범커버는 딱 달라붙는 청바지를 입은 남자의 사진이다. 중요한 건 사진에 달린 바지의 지퍼가 진짜라는 거! 앨범 자켓에 달린 지퍼가 실제로 내려간다고 하니, 이거 충격 중의 충격이었을 것이다. 1971년도에 발매된 앨범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롤링스톤스의 섹시함을 대변하는 것이었을까? 아무튼 이 앨범커버의 포인트는 지퍼! 그러나 여기에서 끝나면 센세이션도 아니었을 것이다! 이 지퍼를 내리면 흰색 삼각팬티가 드러난다! 오 마이 갓!
그러나 사실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고... 금속 지퍼가 레코드를 상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때문에 레코드와 커버 사이에는 두꺼운 종이를 넣었다. 그런데 앤디 워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냈다. 바로 이 종이에 삼각팬티를 입은 남자사진을 인쇄해 넣은 것이다. 앨범자켓의 지퍼를 내리면, 삼각팬티가 보인다니! 당시, 앤디워홀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기발한 아이디어의 앨범자켓이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앤디 워홀이 디자인한 또 다른 앨범커버. 꽤 유명한 앨범이다. 바로 ‘벨벳 언더그라운드 & 니코’의 앨범커버! 이 또한 섹슈얼리티한 작품 중 하나! 왜냐고? 바나나 그림 옆에는 "천천히 벗겨서 보시오"라고 쓰여있기 때문이다. 이게 뭐가 선정적이냐고? 뭐.... 그렇다면.. 할말이 없지만.... 깊은 의미는 여러분 몫으로 남겨두겠다!
이제 한 편의 예술작품으로 여겨지는 앨범자켓 이미지! 어떻게 보면 그 앨범 속에 있는 노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또 다른 매개체가 되어야 하기에 좀 더 색다르고 재미있게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혹은, 상업적으로 누군가에게 팔려야 하기 때문에 수많은 앨범들 사이에서 색다른 아이디어를 담아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이제 앨범자켓의 이미지만으로 전시회를 열어도 된다는 거! 여러분이 알고 있는 뮤지션 앨범 중 가장 좋아하는 앨범자켓의 이미지는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