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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Ground

가을의 끝자락에서 센치함을 외치다! 나를 센치하게 만드는 노래 - 몽니 ‘기억의 시작’ / 데미안 라이스 ‘Delicate’ / 넬 ‘그리고, 남겨진 것들’


분명 가을이 왔다고 설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가을은 급하게 떠나고 겨울이 초고속으로 오고 있다. 가을과 겨울의 모호한 경계선 위에 서 있는 요즘! 찬바람이 뼈마디를 시큰시큰하게 하고, 쓸쓸한 마음을 더 쓸쓸하게 해주는데 이럴 때 생각나는 노래는 꼭 한 곡씩 있을 터! 오늘은 가을의 마지막 앞에서 나를 센치하게 해주는 노래를 소개해보려 한다. 자, 이 노래 듣고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려도 우리에겐 책임이 없소이다!



센치하다: 영단어 ‘Sentimental’에서 나온 말로 ‘센티멘탈하다’의 그릇된 표현. 

                   ‘감정적인’이라는 뜻을 가진 ‘Sentimental’의 앞 글자를 따 줄여 ‘센티하다’라고 불렸으나 ‘센치하다’로 

                   변형됨. ‘감수성이 풍부해지다’, ‘감상적으로 변하다’ 정도로 사용됨.







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서 그들의 파워를 보여준 몽니! 몽니는 감성적이며 공감 가는 가사와 멜로디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세련된 모던록을 추구한다는 그들은 작사, 작곡, 연주, 프로듀싱, 레코딩까지 전 과정을 직접 하고 있다고 하니 더 멋져 보인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감수성과 탄탄한 연주력, 거기에다 보컬 김신의의 파워풀한 가창력까지 합쳐져 몽니만의 음악을 만들고 있다. 2004년부터 함께하기 시작해 어느덧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다양한 공연과 페스티벌에서 얻은 경험은 그들을 인디밴드로서 자리를 단단히 하는데 큰 일조를 했을 것이다.




수지를 국민 첫사랑으로 만들어준 ‘건축학개론’ 영화에 나온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에 맞먹는 몽니의 ‘기억의 시작’. 듣고 있노라면 가슴속부터 무언가가 끓어오른다. 헤어진 옛사랑이라든지, 가슴 아픈 이별이야기 등등.. 가슴속부터 끓어오르는 게 분노는 아님이 확실하다! 가을의 끝자락에서 몽니의 노래와 함께 옛사랑을 추억하다 보면 눈물 또르르.. 센치해지는 감정을 잘 컨트롤 하길!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 이제 그의 이름은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다. 그의 음악이 다양한 영화나 드라마의 OST에 쓰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주목 받기 시작했다. 제이슨 므라즈나 존 메이어를 잇는 싱어송라이터라는 말이 있는데 그들보다는 조금 더 음울하다. 멜랑꼴리하다는 말이 딱 맞는 뮤지션이다. 


그는 아일랜드에서 태어나 음악으로 죽고 사는 나날을 지내다 쥬니퍼(Juniper)라는 인디밴드로 음악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다 음악적 취향으로 밴드 탈퇴 후 솔로 활동 중인 훈남이시다. 그의 노래는 가사를 몰라 그 음악에 감정을 대입할 수 없어도, 그의 목소리 하나만으로도 그 누구보다 센치하게 만들어준다. 모태 음울 시인(음률아니고 음울이라는 거)




오늘 추천할 그의 노래는 ‘Delicate’다. 언제 들어도, 어디서 들어도 외로움과 쓸쓸함을 선사해주는 이 노래. 이 노래는 줄리아 로버츠와 주드 로가 출연했던 영화 ‘클로저’의 삽입곡으로도 사용되었고, 월드스타 김윤진의 미국드라마 ‘로스트’에도 삽입되었다.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음울한 그의 목소리와 구슬픈 첼로의 멜로디가 더해져 가을 한가운데 나 혼자 남겨진 느낌을 들게 한다. 첼로 이야기가 나와 말인데, 그는 기타, 드럼, 첼로, 피아노 등 못하는 악기가 없다고 한다. 그야말로 엄친아다.






뚜렷한 마니아 층을 확보하고 있는 뮤지션 ‘넬’.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감성과 몽환적인 분위기는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데미안 라이스가 그냥 음울이라면 넬은 몽환적인 음울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 사실 넬은 굉장히 많이 알려져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초등학교 동창과 동네친구들이 뜻을 모아 결성한 넬이 벌써 10년을 훌쩍 넘었으니 ‘넬스러움’이라는 말이 이제 명사처럼 느껴질 정도다! 비 오는 날에 그들의 노래를 듣는다면 센치함이 터지다 못해 폭발하니 비 오는 날에는 조심하도록! 




넬이 부르는 노래의 대부분은 듣는 사람의 감정을 센치하게 만든다. 올해 4월, 2008년 이후 4년 만에 새로운 앨범을 발매했는데 그 앨범의 타이틀 ‘그리고, 남겨진 것들’을 추천해본다. 이 노래는 멜로디도 멜로디지만 가사 또한 이렇게 감정의 샘을 자극할 수가 없다! ‘인생의 아프고 힘든 감정과는 또 다른 슬픈 감정에 대해 노래하고 있다’는데... 설명도 어렵다. 그냥 한 마디로 가사를 음미하면서 듣는 이 노래는 가을의 끝자락으로 나를 인도한다. 가장 센치해지는 시점으로 말이다. 누군가가 ‘나른하고 우울한 서정성의 표출’이라고 넬을 정의했다. 그의 노래는 그렇다. 나른하고 우울하다. 그리고 센치하고도 또 센치하다.






이제 가을옷은 옷장 깊숙이 묻어두고 겨울옷을 꺼내 입는 가을의 끝자락에 와있다. 노래는 감성을 좌지우지하는 역할을 해주곤 한다. 이렇게 찬바람이 볼을 스치고, 나 혼자 아무도 없는 길을 걷고 있다는 센치함을 느끼고 싶을 때는 이런 노래가 최고다! 중요한 건 너무 듣다 보면 의욕상실증에 걸릴 수도 있으니 적당히 듣고 정당히 ‘으쌰으쌰’ 해야 한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