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저미는 국악의 애틋한 떨림과 시원하고 똑 떨어지는 락의 화음이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그 물음에 답해줄 공연이 바로 여기 있지요. 국악록의 대표 주자, 고스트윈드의 '꼭두각시 콘서트'입니다. 뮤즈라이브에서 있는 두 번째 고스트윈드의 공연이었는데요, 9월 14일에 다시 뮤즈라이브 공연에 오른다고 하니, 공연 후기를 보고 '국악록을 제대로 느끼시고 싶다!' 하신 분은 놓치지 말고 다음 공연에 함께해요. :)
조금 늦게 8월의 첫 뮤즈라이브 문을 두드렸습니다. 제 뮤즈홀릭 포스팅을 꾸준히 보신 분이라면, 이쯤에서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예상이 되실 거라 생각합니다. 8월의 팸플릿! 너무 이쁘지 않나요? 개인적으로 8월의 팸플릿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뮤즈라이브에 가면 기계적으로 손을 뻗치게 된다는... 뮤즈라이브에서 있는 공연을 쉽게 볼 수 있는 팸플릿! 갖고 싶으신 분은 얼른 뮤즈라이브로!!!!
뮤즈라이브홀로 저를 이끌어준 8월의 첫 공연은 '고스트윈드'라는 국악록밴드였습니다. 저에게는 낯선 이름이었지만 2005년에 1집 앨범을 발매하면서 꾸준히 오랜 시간 활동한 팀이더라구요. 좋은 팀이고 꽤 오래 활동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에게 여전히 낯설게 느껴진다는 게 조금은 안타까웠어요. 고스트윈드는 김란(보컬), 유근상(드럼), 김병찬(기타), 박정현(베이스), 김은형(대금), 김승택(해금) 6명의 멤버로 이루어진 팀이구요, 국악+록=? 의 해답을 속 시원히 해결해 줄 그런 팀이에요. 이번 공연을 보면서 이들이 내는 진~한 맛을 느꼈거든요. 이 후기를 읽는 분들도 무릎을 '탁!' 칠 수 있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조명 하나 없는 어두운 공간에서,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분위기 속에 목소리 하나만으로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라는 익숙한 구절이 시작되었고, 뒤이어 적막을 깨는 다섯 개의 소리들이 하나가 되어 울려 퍼졌어요. <구 아리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아리랑이 나오기 전에 나온 곡이라고 해요. 새롭게 들을 수 있었고, 이어서 그 감정을 그대로 이어받아 <Judgment Day>라는 곡을 들려주었어요. 대금, 해금, 판소리와 베이스, 기타, 드럼이 만나 6명이 고스트윈드라는 이름하에 움직이면서 벌써 3번째 앨범이 나왔다고 합니다. 짝짝짝! 새 앨범을 기념하여 공연하는 자리가 만들어진 만큼, 이전 앨범에 있던 곡들과 더불어 여러 곡을 하나씩 모두 만나볼 수 있는 무대였어요. 국악과 록이라는 독특한 조합의 공연은 처음 접하는 거라서, 초반에는 많이 낯설거나 어렵게 느껴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는데요. 그런 거리감을 느끼지 못할 만큼 좋은 무대를 열어줬어요.
"한번 놀아봅시다 이제." <Tears In Memory>는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의 하나라고 해요. 베이스 소리가 짙게 깔려 굵직한 사운드로 시작하는 가운데 그 위에 얹어진 구수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어요. 굉장히 록적인 면이 돋보이면서도 대금과 해금의 소리가 적절하게 베어있어, 고스트윈드의 면모가 가장 드러나는 곡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팬들의 인기를 얻는 곡이 아닐까 합니다. 이어진 <Korean Road>는 앞에 했던 곡들의 흐름을 이어주는 연장선에 있는 느낌이었어요. 이어달리기할 때 자연스럽게 바통 터치하는 모습이 연상되었어요. 혹시나 해서 앨범 트랙리스트를 찾아봤더니 이렇게 두 곡이 이어져 있더라구요.
대금을 연주하는 김은형님이 마이크를 건네받았어요. 악기를 조금 알고 듣는 것과 모르고 듣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있어서, 조금은 생소할지도 모르는 대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대금을 '만파식적'이라고도 한다고 해요. 대금에 꼭 필요한 '청'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는데, 이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의 차이를 들려주셨어요. 청 소리를 가장 잘 나타낸 대표 독주곡 청송곡도 직접 연주해주셨어요. 짧지만 너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저와 덩달아 함께했던 관객들도 박수로 보답해주었습니다. 김은형씨의 소개로 이어진 <Pest>. 나중에 가사를 검색해보면 이 곡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했던 말이 떠올라, 가사를 따라 다시 한 번 들어봤어요. 굉장히 신나는 노래였어요. 악기마다 자신의 모습을 뽐내기라도 하듯 각각의 소리가 잘 들렸던 곡이었어요.
그리고 리더 드럼의 유근상 님에게 마이크가 넘겨졌어요. "무조건 새로운 것을 두 개 이상 믹스를 하면 퓨전이라고 알고 있는데, 사실 비빔밥이 우리나라 전통 음식이라고 많이 알고 있잖아요. 비빔밥이 처음 나왔을 때부터 전통 음식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퓨전이라는 건 만들어 놓고 다음 날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전통이 되어 있는 거에요. 지나간 거니까. 그런데 저희 밴드는 아직도 퓨전밴드고 신인 밴드래요. 왜냐면 이런 밴드가 아직 안 나와서… 왜인지 모르겠는데 아무도 흉내를 안내요. 이런 식의 행보가 없더라구요."
다음 곡은 <Look Up At The Top>. 7채라는 장단을 기본 베이스에 두고 만든 곡이라고 해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사물놀이를 배운 적이 있어서 이 장단이 익숙했어요. 신기하게도 음악을 듣는데 다 생각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7채 장단을 베이스로 한 그 리듬에 박자를 맞춰가며 들을 수 있었어요. 드럼이 주로 그 박자를 맞춰줬는데 저도 같이 손바닥을 치며 발바닥을 구르며 7채 장단을 따라가고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공연이 끝나고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기도 했어요. 잠깐의 숨돌림 멘트를 하고 바로 <Last Shine>이란 곡까지 이어졌습니다. 앞에서 신나는 장단에 몸을 맡겼다면 이번 곡에서는 보컬 분의 목소리에 제 귀를 맡기는 시간이었습니다. "더 들려드릴까 하는데요. 준비되셨죠?" "내가 이런 얘기하면 무슨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아시죠?"라는 관객을 긴장시킨 멘트와 함께 시작한 <Fire Bird>. 시작부터 시원하게 뻥 뚫어주는 목소리가 공연장의 열기를 쌱~ 식혀주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해금 연주하는 김승택 님에게 마이크가 넘겨졌어요. 해금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셨어요. 어떻게 어떤 소재로 이루어졌는지 이야기를 해주시는데 말을 잘하셔서 듣는 저도 이해가 쏙쏙 되더라구요. <비(悲)>라는 곡도 짧게 들려주셨어요. 너무 짧아서 더 듣고 싶을 정도로 좋았어요! 다음은 연주자들끼리만 하는 곡으로 강원도 아리랑을 편곡한 곡이라고 해요. <Oriental Age>라는 제목의 곡이었습니다. 이 곡에서는 악기 연주로만 이루어지는 곡인 만큼, 평소 듣기 힘든 대금과 해금 소리에 집중하며 들었습니다. 거기에 나머지 세 악기가 탄탄하게 받쳐줘서 보컬분을 잠시 잊어버릴 정도로 집중하며 들을 수 있었습니다.
1집에 있는 <Dreams Come True>라는 곡을 듣고, 3집의 타이틀 곡 <꼭두각시>까지 들을 수 있었어요. 일단은 여기까지가 마지막 곡이었다지요. <꼭두각시>는 정말 기대되는 곡이었어요. 그 기대감을 채워주는 건 물론이고, 엄청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어요. 거기에 함께 즐기는 관객들까지 최고의 무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노래가 끝나기가 무섭게 하나둘씩 외치는 "앵콜~!!!" 앵콜곡으로는 <Legend>,<Wing> 중간에 팝송도 함께~! 꼭두각시에 이어, 어김없이 뛰게 만드는 곡들이었어요. 앵콜곡까지 쉴 틈 없이 달리는 고스트윈드! 멋있었습니다!
국악과 록이라는 알 수 없는 조합에 저는 신기하게 이끌렸어요. 2005년에 첫 앨범을 내고 벌써 9년째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이들을 만나는 관객들은 낯설기만 하고 어색하기만 한 것 같아요. 그리고 공연을 보고 나면 '어 좋은데?'라고 감탄하며 노래를 찾아 듣게 되는 것 같아요. 오래 활동을 해왔지만 많은 이들을 여전히 신인밴드같다고 얘기하는 게 어쩌면 좋은 반응이라고 생각돼요. 유일하게 국악과 록을 접목하여 음악을 하는 팀이고, 그런 호기심에 하나둘씩 찾는 관객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을 통해서 고스트윈드가 좀 더 특별해지고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런 이야기를 항상 듣는 그들은 지겨울 수도, 언제쯤이면 우리도...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고스트윈드가 갖고 있는 색깔이고 갖고 있는 그림인 것 같아요.
기존 밴드가 갖고 있는 묵직한 사운드에 해금과 대금이라는 전통 악기가 얹어지고 시원한 목소리가 더해져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 낸 고스트윈드! 보통 전통 악기라고 하면 당연히 잔잔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연출해 낸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잖아요. 저 또한 그런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잡았구요. 그런데 제 생각을 뒤엎은 공연이었어요. 고스트윈드를 찾는 관객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처음 듣는 음악들은 선입견을 품기 마련인데, 그런 편견 없이 음악을 듣고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마 고스트윈드의 공연을 보고 나면 머릿속에 느낌표가 떠오르면서 짜릿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을 거에요.
인디코스터 '뮤즈홀릭(Muse-Holic)' 3기 이승연님의 리뷰입니다.
'음악을 눈으로 읽다?' 공연 후기를 읽고, 사진을 보는 것으로 공연장의 감동을 느끼기란 쉬운 일은 아닐 테죠? 그러나 그 감동의 반이라도 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뮤즈라이브의 현장을 생생히 전해주실 '뮤즈홀릭'이지요. 오늘은 고스트윈드<꼭두각시 콘서트> 현장을 전해주신 이승연 님의 리뷰로 함께 하였습니다.
> 블로그 원문 보러가기 ☞ 똑똑, 거기 누구 있어요?
'Muse-Holic'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브라질의 열정을 음악으로 느껴보자" @뮤즈라이브 - 브라질 뒤뜰파티, 앉아서 하는 브라질 여행 (2) | 2013.09.09 |
---|---|
"가을처럼 풍성한 9월의 공연 소식" @뮤즈라이브 - KoN & 신지호, 고스트윈드, 김사랑 콘서트 (2) | 2013.09.03 |
공연 서포터즈, 뮤즈홀릭 4기 명단을 발표합니다! (2) | 2013.08.27 |
"월세 재계약 프로젝트 대성공! 공연도 대성공!"@뮤즈라이브 - 원효로 1가 13-25 콘서트 (4) | 2013.08.26 |
"설레임 가득한 첫 단독 공연, First Painting" @뮤즈라이브 - 페인터스 콘서트 (4) | 2013.08.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