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100마디 말보다 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도 대사가 없더라도, 구슬픈 OST에 감정이 푹 빠져들지 않던가~ 요즘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BGM은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여기 BGM과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예능이 있다! 얼마 전 시즌2가 종료된 'tvN 꽃보다 할배'이다. 1시간 남짓 짧은 방송 시간 동안 장르 불문, 국적 불명의 다양한 음악들이 쏟아져 나온다. 할배들의 진솔한 모습도 인기의 비결이겠지만, 장면과 잘 버무려지게 매치한 OST들도 정말 인상적이다. 그래서 찾아봤다. 귀에 익은 이 BGM, 누구 노래냥~?
꽃보다 할배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아니었을까? 프랑스 파리에서 에펠탑을 바라보던 할아버지들의 뒷모습과 에펠탑에서 불이 켜지던 그 순간! 괜스레 뭉클해져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바로 이 곡 덕분이 아니었나 싶다. '안녕바다'의 <별빛이 내린다>. 신구 할아버지의 진솔한 인터뷰가 끝난 후, 먹먹해진 감정에 '안녕바다'가 불을 붙였다. 안녕바다의 노래가 나온 순간, 황급하게 음악찾기 어플을 실행시킨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찬란하게 빛나던 에펠탑의 불빛들이 별빛이 되어 쏟아질 것 같던 장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명장면이었다.
이 곡 외에도 대만 편에서 안녕바다의 <지구별에서의 뜨거운 마지막 밤>이 삽입되었다. 아쉬움에 이날 유난히 사진을 많이 찍던 근형 할아버지의 BGM으로 나왔다. '그동안 정말 고마웠어, 이제 떠날 시간이야' 라는 가사와 '여행은 사진만 남더라'는 근형 할아버지의 말에서 아쉬움이 물씬 묻어나왔던 장면이었다. 작은 파도처럼 잔잔한 감동을 주는 안녕바다의 매력이 꽃보다할배 BGM에서도 성공적으로 담겼다.
꽃보다 할배에서 가장 사랑받은 가수가 있으니, 바로 '원모어찬스'이다. <시간을 거슬러>, <럭셔리 버스>, <널 생각해> 벌써 3곡이 삽입되었다. <시간이 거슬러>는 할아버지들이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살펴볼 때 나왔던 곡으로, '시간을 거슬러, 함께했던 청춘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이라는 자막으로 나왔는데, 베르사유 궁전의 아름다운 경치과 추억에 젖은 할아버지들의 모습이 참 잘 어울렸던 곡이다. 이러한 깨알 BGM은 감동적인 장면에만 나오는 게 아니다.
재밌는 장면에 나와 빵빵터지는 웃음을 선사하기도 하는데, 이서진이 걸그룹과 함께 여행하는 줄 알고 신나해하는 장면에 한없이 밝은 곡인<럭셔리 버스>가 흘러나와 웃음을 유발하였다. <럭셔리 버스>는 여행에 대한 설레임을 담은 곡처럼 들리지만, 사실 여행 전에 제작진이 이서진에게 해주고 싶었던 조언이 아니었을까 싶다. '먼 훗날 뒤돌아 보면, 모두가 럭셔리한 무용담. 걱정할 필요 없어, 모두 추억이 될 테니' 라는 가사처럼 짐꾼으로서는 힘들겠지만, 지나고 보면 추억이 될 거라고 토닥여주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지..? ^^
원모어찬스만큼이나 사랑을 받은 뮤지션이 있으니.. 바로 2012 케이루키즈 '전기뱀장어'이다. <별똥별>, <최신유행>, <송곳니> 세 곡이 삽입되었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잔디밭에서 할아버지들이 사이좋게 곰 젤리를 나눠 드실 때 흘러나오는 곡이 바로 <별똥별>이다. '내가 더 괜찮은 놈이었다면, 넌 날 좋아했을까~' 살짝은 찌질하게 들리는 귀여운 가사와 가벼운 멜로디가 한없이 평화로운 장면과도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꿈처럼 바라던 소녀시대 써니를 만난 이서진! 써니와 함께 도망치고 싶은 이서진의 흑심을 그대로 표현한 곡이 있으니, 전기뱀장어의 <송곳니>이다. 대낮 도주는 자진 실패로 끝났지만, 그의 마음은 이 곡으로 잘 표현되지 않았나 싶다. 날카로운 송곳니, 차가운 손, 붉은 혀까지, 그녀의 모든 것이 사랑스러운 마음을 그대로 담았다. 전기뱀장어의 매력이라 한다면, 이러한 유쾌한 멜로디 속에 담긴 솔직담백한 가사가 아닐까 한다. 앞으로도 공감할 수 있는 많은 음악을 들려주길 기대하며, 전기뱀장어도 꽃보다 할배도 화이팅~!
사진 제공: 꽃보다할배 공식 홈페이지